전통재래시장, '다름'이 부딪쳐 삶을 낳고 민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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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재래시장, '다름'이 부딪쳐 삶을 낳고 민심이 된다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1.01.15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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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전통시장, '문전성시'프로젝트 선정, 시장 활성화 절호의 기회


삶은 역사이고, 문화이며 예술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곧 역사이며, 하나의 문화이고 예술이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야기가 있고 춤과 노래가 있게 마련이다.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흥과 멋이 있기 마련이고 여기에는 공동체의식이 자연스레 녹아든다. 이러한 대표적인 곳이 전통재래시장, 즉 전통 오일장이다. 오일장은 지역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며, 가장 서민적인 문화와 예술의 장인지도 모른다. 지역의 이색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오일장으로가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어떨까. 인생 삶의 진한 향기들이 배인 곳일 것이다. 정감이 넘치고 구수한 서로 다른 삶의 얘기들을 하면서 장사를 하고, 물건을 팔고 사는 곳이 전통재래시장인 오일장이다. 이러한 장이 전국에 1000여개 이상의 전통재래시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전통시장에 100개의 점포가 있다고 가정하면 20~30만 명의 영세 상인을 비롯한 중소상인과 노점상이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5년 3월 발효된 재래시장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기반 해서 전통시장의 시설 현대화와 경영 현대화 사업을 계속 추진해 오다가, 최근에는 유통산업발전법안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안까지 마련되고 있다. 큰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영세 상인들이 유지되었을 때 일상 생활경제의 기초 소비층이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전통재래시장으로 단순한 보호 관점에서 보는 것을 벗어나 전통재래시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할 때이다. 우리가 흔히 어느 지역의 전통적인 문화를 보기 위해서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는 가지는 않는다. 역사나 문화유적 등이 보존된 장소를 찾아 가거나 아니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찾아 갈 것이다. 이처럼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곳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이 아니라 한국적 골목형 시장이고 전통재래시장인 오일장이 될 것이다. 시장은 단순한 유통의 장소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장소이자 일상의 문화공간이면서 관광지이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문화사업 자체가 꼭 매력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굳이 특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없이도, 시장 상인들의 능숙하고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일종의 퍼포먼스 같은 감동을 준다. 그래서 시장의 매력은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 짧은 시간에서도 서로 알아가는 과정, 마트에서는 없는 인생이야기와 인생 삶의 지혜가 모두 있다는 점이다.

'문전성시'프로젝트, 문화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사업
상업적으로 침체된 전통재래시장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활성화시키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이하 '문전성시')'이 2011년 상설시장은 물론, 정기시장(5일장), 특이시장(문화예술장터)까지 확대, 추진된다는 점이다. '문전성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08년부터 추진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다. 전국 16개 시장에서 전통시장 고유의 '맛', '멋', '흥'을 되살리며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홍성전통재래시장은 2011년에 새롭게 선정돼 시장 활성화에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서울 금천구의 '남문시장'과 전북 전주의 '남부시장'과 함께 홍성시장이 선정된 것이다. 7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만큼 문화적 잠재력을 인정받아 상인들의 열정이 어우러진다면 홍성읍의 원도심공동화를 방지하는데도 큰 역할과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전성시'프로젝트 사업이 4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전시장과 문화예술이 결합된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잊혀가는 지역의 5일장부터 서울의 홍익대 프리마켓, 와우 책시장과 같이 주민과 지역의 문화예술가가 함께 참여하여 장을 여는 문화장터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하여 다양한 시장의 가치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전통시장을 관광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을 문화와 예술 등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전통재래시장이 최근 문화공간으로 많이 바뀌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실례로 지난 2008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진행된 '복덕방 프로젝트'는 쇠퇴하던 대인시장의 빈 공간을 예술가의 작업실로 만들어 일상과 예술을 잇는 작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대표적 예이다. 비엔날레가 끝난 후에도 작가와 인문학자, 예술가들은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상인들 옆에 터를 잡은 것이다. 그 결과 대인시장은 서울의 홍대거리에 버금가는 예술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이처럼 일부 낙후된 도심의 시장은 창작공간화 사업을 통해 문화예술인과 시장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주고 있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의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 전통시장은 여전히 시민들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들어온 문화전문가나 예술가들도 자신들의 작업의 목적을 상인들이 스스로 문화예술을 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 도움을 주는데 두고 있다. 이들의 협업을 통해 전통재래시장이 갖고 있던 낡은 이미지를 조금씩 사라지도록 하고, 전통시장은 멋과 흥이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의 속성은 그 자체로 문화와 예술의 소중한 원천이 된다는 점이다.

문화예술의 장, 소통공간으로서의 '홍성전통시장' 기대
우리는 흔히 '장 보러 간다'는 표현을 쓴다. 그냥 '장에 간다'고 해도 되는데 굳이 '보러 간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그만큼 전통시장에 볼거리들이 많다는 뜻이다. 특별한 문화공간이 없었던 옛날부터 전통시장은 단순히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정보가 오가는 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해왔다. 요즘으로 따지면 일종의 멀티플렉스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문화예술의 다양한 종류만큼 전통시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의 특색을 보여준다. 가만히 서서보고 있으면 잠깐동안에도 천태만상의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이 전통시장에는 있다. 무엇이라고 뚜렷이 설명하기는 어려워도 그 무엇인가의 '다름'이 부딪쳐 삶을 낳고 민심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재래시장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이런 전통시장의 속성은 그 자체로 문화와 예술의 소중한 원천이 된다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전통시장의 매력인 '사람'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전통시장은 어떻게 보면 '캐릭터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전통시장에는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나 얼굴이 같은 사람은 어떻게 보면 하나도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다른 시장사람들끼리 잘 뭉친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캐릭터를 배우기 제일 좋은 곳이 전통시장인지도 모를 일이다. 전통시장은 그대로 낭만적인 문화예술의 공간이라는 점이 여기서 설명되는 것이다. 시장통이나 골목에서 막걸리를 한잔 하다가 노래도 한곡 흥얼거린다. 그러다 보면 시장 상인이나 아주머니들이 모여들어 장단을 맞추거나 거들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삶의 모습인 것이다. 시장 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광경이 정말 전통재래시장만의 토속적인 구경거리인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호흡하고 혼재하는 전통시장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다. 우리는 점점 전통이 없어지는 우리나라 전통재래시장을 그리워한다. 50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우리의 문화를 그대로 담아내 현대의 문화예술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전통재래시장일 수 있다.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전통시장의 가치는 외국의 시장에서 잘 나타난다. 외국의 전통시장은 관광객이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것은 전통시장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래시장'이라는 용어에서 오는 낡고 오래된 이미지는 사람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이유겠지만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의 재래시장 대신 전통시장이라는 용어가 정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전통재래시장'도 정감이 간다. 하지만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정부와 시장상인,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함께 뜻을 모아온 결과다.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홍성전통시장의 '문전성시'프로젝트가 꼭 성공해서 충남도청 소재지 홍성의 원도심 공동화 방지를 비롯해 문화예술의 활성화 등 홍성발전을 견인하는 구심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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