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의 역사와 삶 녹아든 숲길이 진정한 ‘명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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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의 역사와 삶 녹아든 숲길이 진정한 ‘명품길’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08.2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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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조성, 주민의 자발적 참여 기반으로 지역경제확산 일궈내야
△ 경북 영양군의 외씨버선길. 인공적인 손길이 거의 없는 자연 상태의 원시림을 자랑한다.


최근 올레길 걷기 운동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으며, 각 지자체에서 길 만들기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혼과 정신’을 담은 진정한 ‘명품길’ 조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금 전국에서는 2007년 9월 제주도에 올레길이 조성된 이후 길과 걷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국 지자체마다 ‘명품길’ 조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벤치마킹을 통한 지역 특성에 맞는 걷기 코스 만들기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명품길 조성사업’의 대표주자격인 둘레길은 걷기 돌풍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둘레길은 전북·전남·경남 등 3개 지역(5개 시·군)을 잇는 장거리 도보길로 최근 현대인들이 여유와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경향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걷기열풍’을 불러왔다.

올레길과 둘레길 뿐만 아니라 영덕의 블루로드(목은 이색의 산책로가 포함된 것이 특징), 섬진강 천담리길(김용택 시인의 고향 임실군을 포함, 섬진강을 따라 조성), 강릉 바우길(대관령 옛길·사천 사기막 마을 등 오지 산골을 통과하는 고갯길) 등 제2, 제3의 명품길이 속속 탄생했다.

충청남도에서도 지난해 5월 마곡사 솔바람길을 개설한 이후 올해 6개 시·군에서 조성중인 솔바람길이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내년에 나머지 9개 시·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마곡사 솔바람길(공주), 태조산 솔바람길(천안), 아라메 솔바람길(서산), 계백혼 솔바람길(논산), 성흥산성 솔바람길(부여), 온천과 함께하는 솔바람길(예산)과 함께 홍성은 ‘이야기가 있는 보개산 솔바람길’을 조성해 농촌전통테마 체험마을인 거북이 마을과 보개산의 아름다운 석상과 전설, 시인 남구만 선생과 장충영각 등의 옛 이야기가 어우러진 솔바람길의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홍성군에서는 솔바람길 이외에도 행정안전부 공모에서 선정된 ‘재너머 사래긴 밭 가는 숲길(이하 재너머 숲길)’, 산림청에서 추진하는 내포문화숲길 등의 대단위 숲길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내포의 정체성을 찾는 동시에 내포지역에 내재된 역사와 문화, 생태를 테마로 홍성을 비롯해 예산, 서산, 당진 등 4개 시군을 하나의 벨트로 잇는 내포문화숲길은 홍성군 31억원을 비롯해 4개 시·군을 합쳐 총 15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어 조성되며 원효깨달음길, 천주교순례길, 백제부흥군길, 내포역사인물길 등을 2014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인물과 자연환경을 접목한 친환경 녹색길 ‘재너머 숲길’은 지난 3월 행정안전부에서 공모한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에 선정된 사업으로 5.8km의 구간에 사업비 10억이 투입되어 남산, 거북이 마을과 보개산의 솔바람길 등을 아우르는 생태숲길로 조성된다.

현재 내포문화숲길과 재너머숲길은 홍성군청 산림녹지과 공원녹지계에서, 보개산 솔바람길은 문화관광과 관광계에서 담당하고 있다. 군청 담당자는 “전국 단위의 녹색길 조성사업에 홍성의 역사와 문화를 살린 사업이 속속 선정되면서, 국비확보로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역사문화도시로 발돋움하는 홍성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인근 주민은 물론 전국의 관광객이 와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솔바람길이 지나는 거북이 마을

지역균형발전과 도농교류확산의 촉매제로

지자체마다 부는 ‘길 열풍’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한경쟁에 지친 현대인들로 하여금 ‘길’을 통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주기 위해 조성된 ‘명품 길’이 지역주민과 소통 없이 관의 주도로 조성되다보니 ‘혼과 정신’ 같은 질적·사상적 기반 없이 양적확산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때문에 지자체마다 불어 닥친 ‘길’ 열풍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역사와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주민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사)내포문화숲길 전하수 이사는 “단순히 길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나이 드신 분들의 자문을 받아 각 구역별로 그 지역만이 가지는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야 한다”며, “지역마다 숨겨진 여러 문화적 사건이나 인물의 유적지가 있는 길을 걸으며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울러 (사)내포문화숲길 조환웅 이사도 “새로이 조성되는 숲길은 기존의 등산로와 차별성을 두어야 한다”며 “내포문화숲길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길이 아니므로 프로그램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소프트웨어 부분을 예산에 넣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걷기열풍으로 조성되는 각종 숲길은 옛길을 복원함과 동시에 기존의 지역이 갖고 있는 인프라를 이용해 농촌 경제권의 확장을 통해 마을 간의 상생전략을 수립하고,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사업시행을 위해 주민의 인식전환과 소양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거북이 마을과 보개산의 솔바람길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홍성군청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주민주도로 이루어진 길 조성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거북이마을 전병환 운영위원장은 “거북이마을 주민들의 솔바람길에 대한 인식과 호응도가 높은 것은 예전부터 보개산과 마을의 전설들을 수집하고 정리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며, “숲길을 찾아오는 이들이 마을의 전설과 더불어 약천 남구만 선생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전병환 운영위원장은 “결국 명품길 조성을 위해서는 사전에 주민들의 전적인 동의를 얻어 주민들의 주도하에 시행되어야 하고, 마을의 발전을 위해 참여한 주민들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며, “거북이 마을도 이와 같은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솔바람길의 콘셉트를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생동식물 등 자연과의 공존도 관건

걷기 열풍이 시초가 된 명품길 조성사업은 이제 농촌의 ‘마을만들기’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다양한 농촌 어메니티를 가진 마을과 마을을 이야기, 사연, 목적 등으로 이어 놓은 길이 출발지나 도착지로 이용되는 마을의 개념을 확장하고 동선을 테마화해 하나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명품길의 탄생이 지역의 균형발전과 도농교류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마을만들기’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촌마을의 내발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각종 길 조성사업이 핑크빛 미래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무분별한 길 조성으로 인해 생태계와 자연이 파괴되며 표지판과 같은 과다시설로 인해 오히려 경관을 헤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며, 노점상이 난립하고 편의시설이 과다 도입됨으로 인해 마을공동체의 부담이 가중되기도 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경쟁적인 각종 길로 인해 찬찬히 음미하자던 자연과 문화가 짓밟힐 우려가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홍성군은 현재 솔바람길, 재너머 숲길, 내포문화숲길 이외에도 2012년에는 홍주성과 인근의 고성을 잇는 일명 ‘고성가도’를 기획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이 지나는 마을주민들의 인식제고와 적극적인 참여유도이다. 생태계 보존과 야생동식물 등 자연과의 공존을 고려함과 동시에 마을 고유의 역사와 특징을 투영하는 보다 사람냄새 풍기는 수평적 의미의 숲길로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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