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자와, 쇠락한 방직공장을 시민예술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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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자와, 쇠락한 방직공장을 시민예술촌으로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10.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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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도시브랜드, ‘문화·예술이 답이다’ 〈3〉

 

△ 시민예술촌 전경

 


이제는 문화예술이 곧 경쟁력인 시대다. 특히 문화는 주민들에게는 창조의 에너지와 기업에게는 신 성장 동력을 제공하며 브랜드 향상의 기회로 작용한다. 홍성에도 유·무형의 경쟁력 있는 문화적 자산들이 많다. 홍주 1000년의 역사 속에 묻혀 있는 홍성의 역사, 문화, 예술, 인물 등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켜 한 단계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해야 한다. 본 기획취재는 홍성의 도시브랜드 구축이란 명제에 대한 해답을 ‘문화·예술에서 기인한 내발적 발전’으로 두고, 재개발의 위기에서 역사문화마을로 재탄생한 인천의 배다리마을, 쇠퇴한 철강단지에서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새롭게 탈바꿈한 문래동 철강단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된 일본의 카나자와시 등의 사례를 통해 이상적인 문화·예술도시의 형성과정과 기준을 제시하고, 홍성의 미래비전은 문화와 예술이 핵심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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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천 배다리 마을, 재개발의 위기에서 역사문화마을로 재탄생
② 문래동 철강단지, 예술인들의 새로운 아지트
③ 일본 가나자와, 쇠락한 방직공장을 시민예술촌으로 
④ 일본 가나자와, 과거와 현대의 조화로운 공존
⑤ 홍성의 도시정체성 찾기‘전통과 창조가 조화된 문화예술의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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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북면 고암리에 고암 이응로 기념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또한 지난달 28일자에 홍성군이 내놓은 2012년도 주요 시책에는 고암 이응로 기념관을 중심으로 ‘홍성아트빌리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외부 혹은 지역의 예술가들이 상시 입주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고, 이응로 기념관에서 그들의 작품을 기획전의 형태로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비교했을 때 문화예술활동의 불모지라고도 할 수 있는 홍성군의 문화예술활성화를 위한다면 박수칠만한 시도이다.

그러나 관주도로 이루어진 몇몇 예술촌들의 성과를 되돌아 볼 때, 홍성 아트빌리지 조성 사업도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소수의 예술가들이 입주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리는 기획전이 홍성군의 문화예술 발전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군민들과 융화해 지역문화에 뿌리 깊게 정착한 후에 점차적으로 군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뒷받침하는 멘토가 되어야 한다고 볼 때, 홍성군은 ‘예술촌을 조성해서 예술가들을 입주시키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겠다’라는 단기적인 기획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분야 중 예술촌의 성격, 특성을 명확히 설정하고, 예술촌을 기획·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 예술촌이 규모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며, 무엇보다 군민들의 문화예술향유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만한 예술촌과 군민참여가 능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장기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참여가 활발하고,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정책을 기획·지원하는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의 사례를 통해 향후 홍성군의 예술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시민예술촌. 주변으로 인공하천이 흐르고 있다.

 



가나자와, 여성이 뽑은 여행하고 싶은 도시 1위 
가나자와시는 일본내 ‘여성들이 여행하고 싶은 도시 1위’, ‘작은 교토’라고 손꼽히며, 무엇보다 선진적인 시의 문화예술정책으로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아울러 전통공예와 현대미술이 꽃을 피우는 동시에 시민 두 명 중 한 명은 예술단체에 소속되어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국제적으로도 문화예술의 도시로 칭송받는 도시이다. 또한 가나자와시는 과거 일본의 에도 시대 도쿄에 이은 제2의 도시로 공예, 미술, 자기, 염색, 칠기 등의 전통문화가 발달했으며, 일본 3대 정원의 하나로 불리는 겐로쿠엔과 이시카와성이 있어 일본에서도 유수의 문화도시로 손꼽힌다.

가나자와시는 아사노강과 사이강 사이에 끼어 있으며, 남북으로 뻗은 고다쓰노 대지 양측에 펼쳐지는 우타쓰산과 데라마치다이라고 하는 3개의 구릉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호쿠리쿠 지방의 경제와 상업, 문화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도시이다.

16세기 말엽에 무장 마에다 도시이에가 성을 축조한 이래 약 300여년에 걸쳐 꾸준히 번성해 왔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다른 도시들이 급속한 경제발달을 이루는 동안 도시성장이 정체되어 중소도시가 되었지만, 가나자와시는 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경제성장을 도모하는데 성공했고, 현재 문화와 경제가 균형을 이룬 내발적 창조 도시로 국제적 모델이 되고 있다.
 

 

△ PIT3, 오픈스페이스의 내부. 공장 내부골조를 살려 내외부가 통하는 공연장으로 변모시켰다.

 




가나자와시가 이렇듯 문화예술의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17세기 이후 단 한 번도 전쟁의 피해를 겪지 않아 도시 전체의 전통적인 경관의 보존이 가능했다는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고, 특히 1970년대 이후부터 도시가 보유하고 있는 전통적인 도시경관을 구성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나자와는 도시의 문화 자원을 활용해 전통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키는 한편 현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재창조한다는 것에 도시재생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가나자와시의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은 무엇보다 조화로운 민관협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가나자와시의 이러한 문화예술정책은 남다른 시청의 인테리에서부터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 많은 관광객과 민원인들이 드나드는 시청 1층의 내벽이 옻칠과 금박으로 촘촘히 수놓아져 있었다.

가나자와시청 문화교류부 카토 하이 문화정책과장에 따르면 가나자와시는 약 20여년 전부터 역사건조물과 문화재를 보존하고 도시의 전반적인 문화예술정책을 하나로 통합해 추진하는 정책이 추진되었다고 한다. 특히 야마데 다모쓰 전(前) 시장은 12년간 재임하면서 가나자와시의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에 있어 큰 공로를 인정받고 있었다.

아울러 카도 과장은 “가나자와시가 현재의 문화창조도시로 자리잡기까지 단일화된 문화예술정책도 효과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가나자와시의 시민들은 강제적인 법률과 조례 때문이 아니라 가나자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고 가나자와가 갖고 있는 여러 문화유산을 지키려하는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예술가와 수공업자를 받아들였던 가나자와는 일본 내 어느 지역보다도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도시로 손꼽힌다. 금박 수요의 98% 이상의 생산을 담당할 만큼 금박 공예의 역사가 깊고 우아하고 세련된 칠공예 등 전통공예와 관련된 고도의 기술을 이어오고 있었다.

한편 오늘날 가나자와 전통문화예술의 맥이 지켜지는 배경에는 끊임없이 이를 계승, 발전시켜온 주민들의 열정과 그들의 열정을 담아내는 공간이 있다. 시민들의 예술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가나자와 ‘시민예술촌’과 ‘창작의 숲’, ‘21세기 미술관’, ‘우타쓰야마 공예공방’ 등이 그것이다.
 

 

△ 공장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렌가테이(이탈리안 레스토랑)

 



가나자와 예술창조재단과 시민예술촌 
가나자와에는 가나자와에서 이루어지는 시민들의 모든 문화·예술활동을 기획·총괄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을 대변해 가나자와시의 문화예술정책을 주도하는 ‘가나자와 예술창조재단’이 존재한다. 예술창조재단은 지역의 문화예술전문가와 의원들로 구성된 이사회와 평의원회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고, 재단의 경영과 사업을 담당하는 사무국 아래로 가나자와 노가쿠미술관, 가나자와 가게키자, 가나자와시 문화홀, 가나자와 아트홀, 가나자와 우타쓰야마 공예공방, 가나자와시 오시가하라 공방, 가나자와 유와쿠 창작의 숲,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에는 관장(혹은 촌장)과 종합 디렉터(공방의 전반적인 관리와 운영, 각 공방 디렉터와의 연계, 이용 단체간의 조정을 담당)와 종합디렉터를 서브하는 디렉터(시설이용의 활성화전략, 공방 독자사업 기획, 지역사회와 접촉)가 시설을 운영하며, 각 시설의 종합 디렉터는 재단 사무국의 통솔아래 있어 결국 가나자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예술창작활동이 재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기자는 이 중 시민예술촌, 우타쓰야마 공예공방, 21세기 미술관, 창작의 숲을 방문했고, 가나자와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예술활동참여, 활발한 문화예술활동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 중 가나자와시의 전반적인 문화예술정책을 대변해주는 곳은 시민예술촌이 대표적일 것이다. 시민예술촌은 ‘다이와 방적 주식회사’가 입주해 있던 공장을 가나자와시가 매입해 예술촌으로 변모시켜 현재 가나자와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내 면직산업이 움트기 시작한 1919년에 다이와 방적 주식회사가 가나자와 공장으로 조업을 개시한 이래, 면직제조업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일본의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여타 면직공장들과 마찬가지로 가동이 중단된 공장을 1993년에 야마데 다모쓰 가자나와 시장이 공장터를 인수해, 많은 준비과정을 거쳐 1996년에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활동공간으로 개방한 것이다.

공장인수와 개촌에 이르는 3년동안 가나자와시는 문화정책과에서 ‘다이와마치 창고단지 이용조사 검토팀’을 발족시켰고, 가나자와 문화창조재단 내 ‘시민예술촌 개설준비실’을 발족해 종합디렉터와 서브디렉터를 포함한 디렉터 10명의 인원이 시민예술촌의 운영과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시민예술촌 카즈아키 하시모토 디렉터에 따르면 시민예술촌은 문화창조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시민예술의 창조활동을 하고, 시민들이 부담 없이 연극·음악·무용·미술활동 등의 연습·제작·연수 및 성과 발표를 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시민예술촌은 ‘시민이 주역’이라는 방침을 시설운영의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 전국의 공립 문화시설 중 처음으로 ‘연중무휴·24시간’ 이용이 가능한 시설이다. 아울러 이용요금이 대부분 무료에 가까울 만큼 저렴하고, 공립문화시설 중 처음으로 ‘시민디렉터 제도’를 도입해 이용자를 대표하는 디렉터로서 민간을 위촉, 시민예술촌의 자주운영의 원활화를 도모하고 있다.
 

△ 퍼포밍스퀘어에서 연습중인 어린이오페라단

 

 


시민예술촌은 크게 10곳의 세부공간으로 나뉘어진다. PIT1 멀티공방(연극·음악연습, 워크숍, 작품전시·발표, 다양한 문화활동을 멀티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 PIT2 드라마 공방(연극의 연습·발표·제작·워크숍 등), PIT3 오픈 스페이스(무한대로 교류가 확장되는 자유공간), PIT4 뮤직 공방(6개의 스튜디오에서 각 장르의 음악활동을 연습하는 아티스트들의 장르를 뛰어넘은 창조 스튜디오), PIT5 아트 공방(다양한 아트의 세계를 접하고 육성하는 창조공간), 퍼포밍스퀘어(대인원의 예술활동을 서포트하는 대·소연습실), 사토야마의 집(가나자와시 교외에 있는 오래된 민가를 이축, 시민교류를 위한 시설로 이용), 다이와마치 광장(재해시에는 방재거점으로, 평소에는 너른 잔디밭에 시민의 유식공간으로 활용), 가나자와 장인대학교(가나자와 전통의 장인기술을 전승, 인재육성 및 자료수집·조사·공개), 렌가테이(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그것이다.

때마침 기자가 방문했던 토요일의 시민예술촌은 많은 시민들이 각각의 공간에서 창작활동에 열중인 모습이었다. 연극·음악·미술 등 다양한 예술활동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가나자와시가 육성하고 있는 어린이 오페라단의 연습이 인상적이었다. 전국적인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오페라 신동들이 모인 어린이오페라단은 기성인 못지않은 열의에 차 있었고, 일본내 저명한 연극인을 초청해 레슨을 받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단원들은 무료로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나자와시의 과감한 문화예술육성정책의 수혜자인 어린이들은 장차 가나자와를 뛰어넘어 일본 문화예술계를 발전시킬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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