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자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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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자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공존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10.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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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도시브랜드, ‘문화·예술이 답이다’ 〈4〉

 

△ 우타쓰야마 공예공방 료이치 코마츠 관장


“전통에 혁신의 작업을 더하지 않으면 단순한 ‘전승’으로 전락해 버린다” 

 

 

 

 

 

△ 공예전수교육의 산실,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의 전경

 

 

 

 

“전통에 혁신의 작업을 더하지 않으면 단순한 ‘전승’으로 전락해 버린다”

 

 

 

 

“전통에 혁신의 작업을 더하지 않으면 단순한 ‘전승’으로 전락해 버린다”
시민예술촌은 어린이오페라단과 같이 가나자와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명 액션플랜 사업이라고 해서, 어린이부터 어른을 대상으로 한 워크샵 중심의 사업을 전개해 일반인이 예술문화에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아마추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할 수 있는 체험 워크샵 등을 열어서 많은 시민들에게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을 어필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민예술촌의 계획은 매년 집계되는 이용자 총계를 통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연도별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의 이용상황을 살펴보면 최초로 문을 연 1996년에는 9만4288명이던 이용자가 14년이 지난 2010년도에는 16만1325명으로 약 2배가량 증가했으며, 총 이용객의 74%는 가나자와 시민, 나머지는 시·현외의 사람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이용자 통계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무대예술광장 4만2612명, 멀티 공방 1만6090명, 드라마 공방 2만8006명, 아트 공방 2만3974명, 사토야마의 집 1만6152명, 사무소동 1만3603명 등이다.
시민예술촌의 공방은 이미 다음 달까지 예약이 모두 끝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시설 운영을 맡고 있는 가나자와 창조재단은 하루를 0~6시, 6~12시, 12~18시, 18~24시로 나눠 시설을 빌려주고 있으며,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각 시설의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시민예술촌의 2011년 예산은 2742만5000엔으로 이 중 61.7% 정도인 1691만3000엔이 사용료 수입이며, 나머지는 시의 예산 지원으로 감당하고 있다.
 

△ 창작의 숲 내 직조 공방. 이용객의 대부분이 주부들이다.

 

 

 

 

 


시민들의 예술창작놀이터, ‘창작의 숲’ 
창작의 숲은 시민예술촌과 똑같이 가나자와 창조재단이 관리하고 있다. 시민예술촌이 ‘문화활동’에 중점을 둔다면 창작의 숲은 시민의 창작활동에 무게가 실린 곳이다. 판화 공방, 염직 공방, 쪽(藍) 공방으로 구성된 창작의 숲은 한 번에 24명이 숙박할 수 있는 합숙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청소년이나 주부들이 많이 찾고 있다.

근대건축물이자 유형문화재인 5개 건축물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애초 민간업체가 관광 목적으로 운영했으나 경영 문제로 문을 닫자 지난 2005년 가나자와시가 가나자와 미술공예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창작시설로 다시 문을 열었다. 금박이나 염색 등이 발달한 가나자와지만 판화, 원시적인 염색방법 등은 사라질 위기에 있으며 이를 보존하면서 동시에 교육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1년 방문객은 1만5000명 정도다. 기술을 가진 예술가들이 임대받아 창작하는 공방에 아마추어인 청소년이나 주부 등을 배치하고 있다.

주변 자연경관이 뛰어나 연수동에는 대학 세미나, 연극모임 합숙 등도 열리며 산책을 위해 자주 찾는 일반인들을 위해 별도의 코스도 마련해두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그날은 때마침 가나자와에 거주하는 개인이 모은 애니메이션 피규어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름모를 부부가 모은 애니메이션 관련 피규어들은 10평 공간을 가득 메울정도로 방대한 양이었다. 유이치 씨는 “창작의 숲에서는 판화, 직조, 염색 등의 체험공방을 이용할 수도 있고, 무료로 전시실을 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나자와시는 연간 4000만엔을 창작의 숲에 투자하고 있었다. 유이치 소장에 따르면 창작의 숲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의 이용료가 연간 600~700만엔 정도로 창작의 숲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연간 4500만엔은 예산은 가나자와시의 전적인 지원으로 충당되고 있었다.

창작의 숲 관리를 맡고 있는 호리 유이치(42) 소장은 “일반시민의 풀뿌리 문화의 육성을 위해 만든 시설로 공예창조도시인 가나자와를 특징짓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며 “내용은 전문적이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라고 말했다.

 

 

 

 

 

 

 

 

△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의 다도실. 시민들의 모임공간으로 이용된다.

 

 


공예전수교육의 산실, 우타쓰야마 공예공방 
우타쓰야마(卯辰山) 공예 공방은 1989년 11월 1일 가나자와 시제(市制) 100주년 기념 사업으로 가나자와의 뛰어난 전통공예의 계승·발전과 문화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공예종합기관으로 설립됐다.

가나자와는 오래전부터 금박, 가가유젠, 유리공예 등의 전통공예가 번성한 곳으로 알려져있는데, 이 지역의 공예 발전은 가가번세공소(加賀藩御細工所)의 활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은 가가번세공소의 정신을 기반으로 이 시대에 맞는 창조적인 공예품제작을 통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공예가의 육성을 목표로 공예자료의 전시, 또는 시민공방 개설을 통해 공예를 중심으로한 문화의 계승·발전에 노력하고 있었다.

우타쓰야마 공예공방의 슬로건은 ‘창조를 짊어질 일꾼을 육성한다’ 이다. 전통공예기법을 완벽히 전수받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젊은 예술가를 육성하는 것이 현재 공방의 역할이기도 했다.

우타쓰야마 료이치 코마츠 관장(가나자와미술공예대학 명예교수)은 가나자와 공예를 뿌리를 마에다반(에도시대 무사)의 갑옷과 말안장 등을 만드는데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료이치 코마츠 관장은 “군장을 만드는 금속기술이 다른 공예에 까지 영향을 미쳐 가나자와 공예의 원류를 형성했다”며, “가나자와시는 전통공예기법의 활성화를 위해 가나자와미술대학에서 공예 관련 고문서를 해독하면, 우타쓰야마 공방에서 재현하는 방법으로 전통기술의 복원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마츠 관장은 “가나자와시가 애초부터 유리공예가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며, “미래지향적인 형태와 기법을 가진 유리공예를 시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고자, 전국에서 유리공예가들을 상대로 공모전을 열었고,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 연수생들을 모집해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타쓰야마 공방은 전통에 입각하면서도 현대에 보여주고 적용될 수 있는 공예가를 양성하고 있었다. 공방의 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정원은 총 31명으로 도예, 칠예, 염색, 금속공예, 유리공예의 5개 공방에서 2~3년 과정으로 일본내 최고의 공예가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코마츠 관장에 따르면 현재까지 배출된 수료생은 총 224명으로 이들 중 3분의 1은 가나자와시에 남아 공방운영 등을 통해 공예활동을 지속하고 있었다.(한국인 수료생은 현재까지 4명.)

류이치 코마츠 관장은 전통공예를 현대와 미래에 어떻게 접목·지속시킬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코마츠 관장은 “옛 공예기술을 전통으로만 고수한다면 현대의 예술성을 살리기가 힘들다”며, “전통공예기법을 기본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의 공예(민예)를 창조해 내야한다. 이를 위해 공방에서는 일본내 우수한 작가들을 초청할 뿐만 아니라 유리공예 연수생들을 위해 외국에서 교수를 영입했다”고 덧붙였다.

우타쓰야마 공예공방 역시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었다. 공방의 전시동에서는 가나자와와 연고가 있는 전통적인 공예작품과 가가번 세공소 자료, 현대공예, 연수 수료자와 강사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고, 시민을 대상으로 공예체험교실을 여는 시민공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많은 시민이 실질적으로 공예소재와 접촉하면서 창작의 기쁨과 즐거움을 맛봄으로써 공예의 보급·진흥에 노력한다는 점에서 가나자와시의 문화·예술정책은 시민예술촌, 창작의 숲, 공예공방으로 통하는 시민참여의 큰 맥을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 21세기 미술관(야경). 가나자와 시의 원도심 공동화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열린 공원 같은 미술관,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새로운 문화 창조’와 ‘새로운 지역진흥의 창출’을 목적으로 개설됐다. 미술관의 오치아이 히로아키 공보실장에 따르면 가나자와시 중심부의 공동화현상에 대한 대처방안 즉, 시의 중심부에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계획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21세기 미술관이다.

히로아키 공보실장은 “21세기 미술관은 새로운 문화 창조와 지역진흥의 창출을 목적으로 개설되었으며, 21세기라는 커다란 역사적 전환점에서 새로운 지역사회 창조에 대한 대처방안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21세기 미술관은 뮤지엄과 지역사회의 공생을 통해 새로운 가나자와의 매력과 활력을 창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세계의 지금과 함께하는 미술관 △도시에 살며 시민과 가꾸는 참가교류형 미술관 △지역전통을 미래에 전하고 세계를 향해 열린 미술관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 등의 4가지 방침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지역사회에 열린 공원같은 미술관으로써의 21세기 미술관은 건축의 설계에서부터 누구나 언제나 쉽게 들어올 수 있으며 개방된 공간을 컨셉으로 세워졌다.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SANAA)가 설계한 21세기 미술관은 다양한 만남과 체험의 장이 될 수 있는 공원 같은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건물에는 앞, 뒤의 구분이 없는 유리 아트써클을 사용했다. 아울러 천장의 자연광과 빛의 뜰 등을 통한 빛과 개방성을 염두해두고 설계됐으며, 야간 개관과 뮤지엄 숍, 레스토랑 개설 등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편안함과 즐거움, 편리함이 키워드인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이다.

 

 

 

 

 

 

 

 

 

 

△ 21세기 미술관 소장품 중 대표작. 린드로 어리치의 The Swimming Pool 2004. 강화유리에 물을 채운 수영장 수면을 경계삼아 지상과 지하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창출한다.

 


<다음호에 계속>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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