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경관가꾸기로 지역 활성화…일본 나가노현 오부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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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경관가꾸기로 지역 활성화…일본 나가노현 오부세정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1.12.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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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농업, 홍성군의 새로운 농촌 소득창출 대안이다 〈4〉
△ 오부세정의 거리 풍경




연재순서 -------------------------------------------------

1. 이제는 경관농업시대…농촌자원을 관광콘텐츠로
2. 농업경관 관광상품화로 농가소득 증대…고창 청보리밭
3. 관 주도의 농촌테마파크와 연계한 체험마을…용인시 내동마을
4. 문화 경관가꾸기로 지역 활성화…일본 나가노현 오부세정 
5. 경관농업의 활성화 방안…서부면 일대· 홍동면 문당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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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농업은 지역별 특색 있는 경관작물 재배를 유도해 농촌경관을 아름답게 가꾸어 도농교류와 농가소득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최근 웰빙관광수요의 증대에 따라 녹색농촌체험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각 지방의 농촌경관을 대표하는 경관농업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성군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지역특산물· 볼거리· 먹을거리 등 특화된 것이 없으며 지역 브랜드 이미지가 약해 경관농업과 마을가꾸기 등을 연계한 관광개발 사업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한다. 이에 따라 본지는 5회에 걸쳐 경관농업의 필요성과 과제, 선진지의 성공 사례 분석을 통한 홍성군의 접목 방안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북제미술관


활력과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꽃의 마을 

농어촌 경관은 매우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산, 하천, 숲 등 자연적 요소와 농경지로 이루어진 농업적 요소, 주택들로 구성된 마을 등이 어우러져 농어촌 경관이 형성된다. 효과적으로 보전·관리가 이루어진 농어촌 경관을 일컬어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이라 지칭한다. 최근에는 농어촌 경관이 갖는 잠재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경관을 잘 가꾸는 것이 농어촌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나가노현에 속한 오부세정(小市施町)은 ‘밤과 북제와 꽃의 마을’이라고 불린다. 마을의 인구는 1만여명 정도이며 면적은 약 19.1km2이다. 나가노현의 여러 정 중에서는 가장 작은 곳이다. 현재 오부세정의 산업 구성을 살펴보면 3차 산업부문의 비중이 44.6%로서 가장 크다. 오부세정의 주요 농산물은 밤, 사과, 포도, 화훼류 등이다. 특히, 밤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며 600년 역사를 자랑한다.

관광객들로 중심 시가지가 활력을 유지하고 밤 등을 활용한 지장산업의 발전으로 풍요로운 현재의 오부세정을 만들게 되기까지는 몇 가지 중요한 활동들이 있었다. 오부세정의 담당자 행정경영부문 교류그룹 리더 미야자키씨는 이것을 ‘인구 정책’, ‘북제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경관 가꾸기’, ‘지장산업·밤과자점의 활성화’, ‘정병수경 사업’, ‘꽃의 마을 만들기’ 등의 다섯 가지 포인트로 요약하여 설명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역문제로 대두되자, 오부세정에서는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공영주택 분양사업을 실시했다. 적극적으로 택지를 조성하고 분양한 결과 1960년대와 70년대에 들어서는 상당수의 30대, 40대 연령층 인구가 유입됐으며 이들이 바로 오늘날 오부세정의 마을만들기를 주도적으로 실천한 계층이라 할 수 있다.
 

△ 오부세정 행정경영담당 미야자키 씨(좌), 아라이 계장(우)

 

 


북제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경관 가꾸기 
오부세정 활성화의 중요한 포인트로는 ‘북제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경관 가꾸기’ 활동을 들 수 있다. 1976년 오부세정과 깊은 인연을 가진 북제(호쿠사이 카츠시카. 우리나라의 김홍도와 같은 영향력을 지닌 일본의 대표 화가)를 기념하는 동시에 지역의 자랑거리를 잘 보전하기 위해 ‘북제미술관’이 건립된다. 당시에는 ‘논 한가운데 미술관’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북제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은 농촌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야심찬 시도였다. 북제미술관 건립은 오부세정이 관광 중심지로 새롭게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오부세정 중심가의 문화경관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 북제관 학예원 아케다 씨

 


재단법인 북제관 학예원 아케다씨는 “연간 20만명 이상이 다녀간다. 고속도로가 생겼을 당시엔 최고 번성기로 40만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북제관 건립으로 마을이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나 미술관에 걸맞는 주변 경관을 만들기 위해 음식점이나 상가, 행정기관 등의 협조가 이뤄낸 결과이다. 또한 신간센이 생기고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도시인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북제관은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밤나무를 이용한 보도블럭

 


지역특산물 이용한 산업을 관광과 연계 
오래 전부터 좋은 품질의 밤이 지역의 특산물인 오부세정에서는 밤과자를 만들었으며, 현재 오부세에서는 10여 개의 회사가 밤과자를 생산하고 있다. 여러 개의 밤과자 회사들 중에서도 지역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오부세도(小市施堂)’이다. 오부세도는 밤소주와 밤양갱을 만드는 회사로 오부세정의 경관을 관리하기 위한 지역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한다.

 

 

 

 

 

 

 

 

 

△ 오부세도 대표이사 이치무라 씨

 


오부세도 대표이사 이치무라씨는 마을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40여년 전 오부세정에서 경관과 관련해 마을을 정비하고자 주도적으로 노력한 사람이 바로 이치무라씨의 아버지였으며 당시 오부세정의 촌장을 맡았다고 한다. 이치무라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오부세정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먼저 모범을 보이면서 자치적으로 마을을 이끌고 있다.

이치무라씨는 “고작 1만명이 살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 연간 관광객이 120만명이며 600엔 가까운 관광수입을 올리는 곳이 바로 오부세정이다. 오부세정의 테마는 밖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주면서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연스러움이다. 따라서 관광객과 마을 주민들이 같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부세정 경관가꾸기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옛날과 오늘날의 새로운 조화가 필요하다. 우리들은 일부러 회의를 자주 하지 않는다. 매일 모여서 얘기만 해봤자 변하는 것은 없고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을 것이다. 과거를 무시하지 말고 과거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왜 이런 건물을 남겨 놨는지 되새기고 남은 절반은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을 고려해 경관을 조성하려 애를 썼다. 결국 전통과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부세도는 관광객들이 지역의 전통적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밤소주를 만드는 양조장과 상품직매장 등을 개조하여 관람 및 학습공간으로 개방했다. 또한 오래된 건축물을 매입하여 전통적 형태로 개조한 후 레스토랑과 호텔로 만들어 수익사업을 겸하고 있다.

오부세도는 오부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주도하기도 한다. 지역 상가연합회·농협 등과 더불어 오부세의 전통적 문화와 경관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보존하며, 그것을 관광상품화하여 방문자들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부세 지역뿐만 아니라 오부세도를 홍보하는, 그야말로 상호 윈-윈의 전략이 되었다.

 

 

 

 

 

 

 

 

 

△ 삼각형 지붕의 전통 가옥형태 상점 오부세도

 


경관법 제정해 주민 스스로 특색 있는 마을 꾸며 
정병수경 사업은 오부세정 전체를 아울러 경관을 가꾸기 위해 펼치고 있는 사업이다. 오부세정이 관광객들을 끌게 되자 중심가도 주변이 다소 난잡한 형태로 변했다는 문제의식이 생겨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4년부터는 민간부문의 여러 주체들이 스스로 협력하고 양보하여 아름다운 오부세정 거리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오부세정 지역상생부문 지역정비그룹 아라이 계장은 “특히 건축업과 조경업에 종사하는 몇몇 인물들이 선구적으로 활동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오부세도 등과 같은 밤 가공회사들도 참여하기를 희망했다. 북제미술관 주변 15000㎡ 이내 범위에서 거주공간과 상업공간을 정비하자는 목표로, 100회 이상의 회의가 진행됐고 ‘환경디자인 협력 기준’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자기 집 내부는 근대화하더라도 외부는 오부세정에 살거나 방문하는 모든 이를 위해 전통적·향토적 방식으로 꾸민다’는 원칙이 정해졌다. 환경디자인 협력 기준의 내용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주택 등 건축물의 외관에 관한 것이다. 지붕은 삼각형 모양으로 하되 기와를 얹고, 벽은 흙벽으로 하거나 적어도 흙색으로 칠하도록 되어 있고 2층 이상의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다.

이 사업을 토대로 오부세정 행정기관이 경관조례를 제정하게 되었고, 지금은 ‘경관을 고려한다’라는 인식을 오부세정의 주민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2006년까지 경관조례는 강제성이 없는 ‘협력 조례’였다. 그런데 2007년부터는 ‘경관법’에 맞추어 조례를 위반할 경우 부과할 수 있는 벌칙을 강화했다.

일본의 ‘경관법’은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을 구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농촌지역 경관에 대해서는 ‘보전’을 강조한다. 오부세정의 경관조례 또한 그러한 ‘경관법’의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오부세정 주변에는 온천과 숙박시설이 많으므로 ‘천천히 관광하고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컨셉이 잘 들어맞는 곳이라는 판단 하에, 레스토랑이나 농가, 민박 등을 지역의 역사와 풍토와 조화되도록 조성하는 움직임이 최근에 더욱 거세게 시작됐다.

 

 

 

 

 

 

 

 

 

△ 개인 집 앞의 개방정원 푯말

 


개방정원 등 경관 가꾸기 통해 지역성 회복 
‘꽃의 마을 만들기’ 활동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공원은 행정기관이 주도하여 조성하는 동시에, 주민들은 스스로 ‘개방정원(open garden)’을 가꾸기로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경관이 잘 가꾸어진 오부세정은, 지역특산물인 밤나무를 활용한 나무벽돌로 정비된 가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쌈지 공원들, 걸으면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깨끗한 수로들을 자랑한다. 게다가 개인주택임에도 100여 가구의 정원에는 ‘개방정원’이라는 팻말을 붙여놓아 누구나 구경할 수 있도록 관에서 지도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배포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 농촌에서의 경관마을가꾸기는 ‘경관’이라는 수단을 통해 농업·농촌에 잠재되어 있는 ‘지역성’을 발견하여 이를 재생·회복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농촌지역과 풍경과의 상호의존성을 발견·강화하여 농촌의 정주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가 이 정책의 목표이며 이에 따라 도농교류·관광 등은 부가적인 결과물이 되었다. 농촌이라는 공간에 아무런 의미 없이 단순히 눈에 띄게 화려한 경관구조물을 설치하여 관광객을 유입하고자 하는 발상은 오히려 지역성을 더욱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일본 오부세정 주민들의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참고: 일본 농촌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가꾸기(충남발전연구원)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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