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홍성교육, 대안을 짚어본다 3]학교 밖으로 떠도는 아이들, ‘학업 중도포기학생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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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홍성교육, 대안을 짚어본다 3]학교 밖으로 떠도는 아이들, ‘학업 중도포기학생 대책 없나’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1.05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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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점누적 → 학업중단 → 복학 → 학업중단의 악순환 고리 끊어야

인구 10만 정주도시를 꿈꾸는 도청신도시가 현실화됨에 따라 신도시 조성에 따른 관내 원도심의 교육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홍성고의 내포신도시로의 이전이 내부적으로 확정돼 세부 절차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기존 원도심내 교육환경의 급변이 예상된다. 이에 본지는 총4회에 걸쳐 홍성군이 처하고 있는 교육여건과 실상, 문제점 등을 자세히 알아보고 그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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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고입 지원경쟁률에 관내 고등학교 희비 엇갈려
② 군내 초등학생수 급감, “대책은 없나?”
③ 학교를 벗어난 아이들,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
④ 행복한 학교, 행복한 홍성교육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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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대다수가 ‘입시’라는 관문을 거치게 되며, 중학교부터 본격적으로 대학 진학을 제 1의 목표로 학업과 특기적성발굴에 매진하게 된다.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시험에 맞춰 학생들은 긴장과 입시공부의 연속인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이 이에 포함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통의 일반 학생들이 학교라는 제도의 품안에서 성적과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학교라는 제도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밖으로 떠도는 아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 학업중단자의 수는1997년 IMF 이후 늘어나기 시작했고, 2000년 무렵, 학업중단자가 8만여 명에 이르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가 2006년부터 급속히 늘고 있다. 아울러 상급학교로 갈수록 학업중단 비율이 높아지며 실업계고의 학업중단율은 일반계고보다 4배 정도 높다.
학업중단자는 연간 6만~7만 명으로 전체 초·중·고 재학생(724만여 명)의 1% 정도다. 1%의 수치는 쉽게 간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나, 누적된 수치를 따지자면 엄청난 규모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아울러 학업중단자가 다시 복학·편입하는 비율은 14~15%에 그친다. 또한 복학·편입해도 20~30%는 다시 학업을 중단하고 있었다.

한편 매년 충남지역에서는 250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 부적응 등을 이유로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전체 학업 중단 학생 중 고교생의 학업 중단이 절반 넘게 차지했는데 3년간 10만 2756명으로 매년 전체 학생 수 대비 1.7%가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성교육지원청 자료에 따르면 홍성지역 초·중학교의 경우 2008년도부터 2011학년도 8월 말까지 총 25명이 중도에 학교를 떠났으며, 이중 학습부적응이 75%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이 학생들 중에서 다시 학교로 복학한 학생들은 모두 7명, 대안학교로는 4명이 진학했다.

학교 떠난 후 어떻게 지내나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김모(20) 군은 군내 ‘ㄱ’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채 10개월이 안된 시점에서 자퇴를 결심했다. 김 군은 자퇴 이후 지금까지 음식점 배달, 편의점, 홀써빙과 같은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김 군은 현재 방송통신고등학교 2학년으로 ‘고등학교 졸업장’ 만은 취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간접적으로 나마 학교수업을 들어오고 있다. 숙식은 친구의 집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학교를 자퇴한 이후로는 부모님과 떨어져 친구의 집을 전전하며 생활해왔다고 한다.

자퇴를 결심했던 당시의 상황을 내뱉듯 말하던 김 군은 잠시 감정이 북 받쳐 오르듯 울컥이는 말투로 “결국 자퇴하겠다고 말했을 때 선생님은 단 한마디로도 말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구하나 관심 가져주지 않는 학교생활은 김 군에게는 고난이었다. 김 군은 “학교에 나가기 싫어 결석일수가 점점 늘어갔고, 사고도 여러 번 쳤다”며, “아마도 그 때 선생님은 이런 나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자퇴에 대한 얘기를 선생님이 먼저 꺼내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 한다”고 말했다. 김 군은 현재 자퇴를 고민하거나 퇴학을 당한 아이들에게 “당장 현재의 어려움 때문에 앞만 보고 무작정 자퇴를 결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군은 “선생님이 그때 자신을 한 번 더 잡아줬다면 상황이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얘기고 그때 느꼈던 실망감과 분노가 아직도 생생하다. 제발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둔다 말할 때 선생님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희망과 장래에 대해 묻자, 김 군은 “목표랄 것은 없고, 먹고 살 일만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학교부적응이 사회부적응으로 ‘낙인’ 우려
이처럼 자퇴하는 청소년이 연간 8만여 명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이들을 위한 대안과 보완책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개인과 가정은 물론 학교, 지역사회와 유관기관이 청소년 학업중단에 대한 예방 및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를 떠나 사회에 나온 청소년들은 학업중단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일탈 행동이 늘어난다. 사회에 진출할 준비가 아직 충분히 되지 않은 생태에서 불규칙한 생활이 반복되면서 위기에 노출될 확률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청소년들은 사회에 진출하려고 하거나 직업을 구하려고 하더라도, 최종 학력이 낮은 데다 진로 정보를 습득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사실상 구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업유예, 자퇴, 퇴학 등의 위기에 놓여있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교과부 Wee클래스와 Wee센터를 통해 개별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다양한 유형의 부적응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청로쉼터 이철이 회장은 “지금 현재 학교의 교육은 아이들의 탈선과 일탈을 방지하는 교육이 아니라 사후처리에만 급급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결국 학교에서 외면당하고 벌점이 쌓인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왔을 때 이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경우는 내 경험상 30%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7월에 발표된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의 논문발표에 따르면, 일반계고 학생보다는 전문계고 학생들이 자퇴율이 월등히 높고, 자퇴 이유 역시 가정환경 및 청소년 범죄 문제 등에 의한 학업중단이어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사회부적응자로 전락하거나 범죄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법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청소년 범죄율은 지난 2006년에 비해 45%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청소년 범죄사범은 총 9만2643명이었으나, 지난해는 13만4155명으로 급증했다.

교내 전문인력 충원, 대안학교 조성해야
한편 학교 일선에서도 부적응 학생이 발생할 경우 학내 상담교사를 활용해 상담에 들어가고는 있지만 학교적응까지 관리하기에는 전문성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군내 한 중학교 교장은 “학업 부진이 학업중단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학생들이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생각 등으로 학칙 위반과 비행, 일탈로 이어지고 있다”며, “학교 안 위기학생에 대해서는 상담 및 멘토링을 위한 전문인력을 충원해 학생들의 학업중단을 예방하고 학교 밖 청소년의 복귀를 돕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교육지원청 임진환 장학사는 “학교부적응 등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감정을 순화하고 별도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안학교 등이 더욱 확충되어야 한다”며, “문제를 일으켜 벌점이 누적돼 조치를 받았던 아이들도 다시 기성학교에 돌아오면 적응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일반적인 선의의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기 쉽다”는 설명이다. 또, 임 장학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등의 체벌금지조항을 벤치마킹했지만, 적용하려면 똑같은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패널티가 매우 강해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가거나 규칙을 위반했을 경우 큰 벌점을 부과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벌점을 주는 정도도 약하고, 벌점이 누적돼 학교에서 조치가 취해졌다하더라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면 언제든지 재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도 벌점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학교부적응 학생이나 일반 학생들 모두에게 손해라는 것이다. 때문에 임 장학사는 “학교부적응 학생은 도내 야영장 및 충무교육원을 통해 권역별로 3년제 대안학교를 조성해 이곳을 통해 졸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로쉼터 이철이 회장은 ‘학교는 죽어도 가기 싫은데, 학교 밖에는 갈 곳이 없는’ 절박한 청소년들의 환경이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철이 회장은 “벌점이 쌓여 교육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이든, 절박한 상황에서 도움받기를 청하는 아이들이든 청로쉼터에 오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공감대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상담으로 교화될 아이들이었으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잘못된 점은 호되게 꾸짖어야 하겠지만, 아이들의 진심 역시 곡해하지 말고 귀담아 들어줘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몹시 외롭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학교가 아닌 제2, 제3의 군내 청소년들이 긍정적으로 자신들의 혈기를 발산시킬 수 있는 장소와 교육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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